나는 엄청나게 긴장했어. 솔직히 죽느냐 마느냐가 50:50으로, 정말 무서웠거든.
"...옷은 갈아입고 나오자. 덥잖아?"
빨간색을 싫어하는 것 같기에는 애매한 대답이었어.
"엄, 마한테 허락받았으니까 에어컨 틀자. 에어컨."
후달거리는 다리로 거실 한켠에 있는 에어컨을 켜고, 제대로 된 차가운 바람이 나오는 걸 확인한 나는 부엌으로 가려다가 아직 방문 앞에 서있는 민은에게 걸어갔어. 원래는 부엌으로 곧장 가려고 했는데, 모르겠어. 그냥 다리가 멋대로 움직였거든.
"옷. 갈아입자."
도깨비다. 민은은 보조개 진 얼굴로 웃으면서 협박했어. 이때 문득 생각나더라고.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민은의 가방이나 필통에서 빨간펜이나 빨간 색연필 같은 걸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는 것을. 물론 평범한 사람이라도 빨간 펜이나 색연필은 가지고 다니지 않을 수도 있지. 하지만 평범한 사람이라면 시험지를 바꿔서 채점할 때 빨간펜으로 했다는 이유로 화내지는 않잖아?
"...내가 좋아하는 옷인데, 어디 이상해?"
나는 용감하게 받아쳐봤어. 꿈인데 어떻게 빨간펜으로 채점한 걸 알고 있느냐 궁금해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말해줄게. 이 꿈은 꽤나 길어. 1에서 적은 게 아마도 민은과 류해, 그리고 나까지 세 명이 나온 4번째 꿈일 거야. 그러니까 지금 적고 있는 이게 민은과 류해가 나온 지 4번째라는 말이야.
첫 번째 꿈은 체육대회, 두 번째 꿈은 기말고사, 세 번째 꿈은 수련회. 아직도 정확히 기억나. 위에서 언급한 빨간펜은 기말고사, 즉 두 번째로 민은과 류해의 꿈을 꿨을 때 알게 된 거야.
너무 갑자기 민은이 괴물로 변한 거 아니냐. 이상할 수도 있지만 나는 똑같은 꿈을 4번째 꾸는 것이기 때문에 민은이 이렇게 변할 줄은 정말 상상도 못 했어. 꿈속에서든 꿈 밖에서든 둘을 생각할 정도로 기분이 좋았고, 또 진짜 친구라고 생각했어서 확실히 4번째 꿈은 무서울 수밖에 없었지.
"아니. 이상하지 않아. 잘 어울려 하운아."
"어?"
뭐야? 싫어하는 거 아녔어? 도깨비가 아니야?
머리가 또 어지러워지고 자연스럽게 눈썹이 찡그려졌어.
"왜?"
공중에서 간신히 잡고 있던 동아줄 하나가 가위로 싹둑 잘려나간 기분이었어.
"빨간 옷은 어울리기 힘들댔나? 하지만 하운이 너는 뭘 입든 다 잘 어울려."
"그러니까 왜?"
내가 조금 강하게 나가면 아까의 괴물 모습이 나올 줄 알았어. 하지만 민은은 오히려 뒷짐 지고 있던 자세에서 팔짱 끼는 자세로 바꾸더니 아까의 검은 형체처럼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음..."하는 소리를 냈어.
"내 눈에는 네가 뭘 하든 전부 사랑스럽게 보여서... 콩깍지가 씌인 걸까? 하하"
미쳐 돌아버리겠네.
그러고서 민은은 귀까지 빨갛게 물들이고선 두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렸어.
평소의 모습에, 그러니까 지금까지 꿔왔던 꿈속에서의 민은의 모습에 나는 어쩌면 아까 본 그 괴물은 민은인 척을 하고 있던 다른 존재이지 않았나. 혼란이 왔어.
그렇게 민은에 대해 머리 아파하고 있을 때, 내 교복 바지의 주머니에서 핸드폰이 울리는 게 느껴졌어. 진동이 한 번만 울린 게 아니라 지잉, 지잉, 지잉 울리는 게, 전화인 것 같았어. 나는 제발 지금 나에게 전화하고 있는 상대가 민은이기를 바랐어.
"전화 왔나 보네? 통화하는 동안 나는 재료 찾고 있을게. 떡은 냉장고 둘째 서랍에 있지?"
"어? 어, 응."
나는 그렇게 대답하고 먼저 부엌으로 가는 민은의 모습에 정신을 차리고 방 안으로 들어갔어. 사실 현관이 더 가까워서 집 밖으로 나갈까 생각했지만 류해의 시체를 그냥 두고 갈 수는 없었기에 방으로 들어가, 문고리를 돌리고 잠금 버튼을 누름으로써 문을 잠그는 소리가 들리지 않도록 했지.
그리고 전화를 받았어.
"여보세요?"
오 이런, 이제야 생각났어. 맨 처음에 한 명 더 생각난다고 했잖아. 발신인은 걔였어. C. (이하 진영)
왜 전화했느냐고 물어보니까 '이번 자격증 시험 신청할 거야?'하고 말했어. 나는 한자를 다 외우지 못해서 '아니 이번에는 안 할 거야.'하고 태평하게 대답하려다가 이상함을 눈치챘어.
첫 번째로 이상했던 건 민은이야. 아무렇지도 않게 떡을 찾으러 냉장고 문을 연다... 하지만 떡볶이를 먹자고 말한 건 창밖의 그것이었어.
두 번째는 이걸 알아채고 할 나의 행동이었지. 우리 넷이 다니는 학교는 외국어에 집중된 학교여서 나도 어느 정도 외국어를 구사할 수 있기는 해. 진영이가 신청하냐고 물어본 자격증도 일본어 자격증에 관한 거였고.
그리고 세 번째. 이 행동에 있어서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진영이의 아버지라는 것이야.
그러니까 정리해 보자면, 민은은 창밖의 그것이고, 지금 전화로 나는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는 거야.
덧붙이자면 진영의 아버지는 경찰... 아마 강력반... 어쨌든 경찰이고, 내가 여기서 일본어로 대화한다고 해도 민은이 알아들을 수는 없어. 민은이는 일본어와 전혀 관계없는 프랑스어과니까.
게다가 나와 진영은 평소에도 자주 일본어로 대화했기 때문에 지금 이 상황에서 일본어로 대화하더라고 이상할 게 없었지.
나는 재잘재잘 떠드는 진영의 목소리에 긴장한 채로 침을 한 번 삼켰어.
"저기, 지금부터 아주 중요한 이야기를 할 거니까 아무것도 묻지 말고 들어."
내가 갑자기 한 말에도 진영은 놀라지 않고 '응'하고 대답했어. 일본어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도 있을 테니까 적어둘게. 일본어 자격증 시험은 총 5단계가 있고, 1이 매우 잘함, 5가 입문자 수준이라고 하면 나는 3쯤이라서 어려운 한자를 제외하고는 그럭저럭 일본어를 구사할 수가 있어. 진영도 비슷하고.
"여기에 괴물이 있어. 네 아버지를 불러줘. 혼자서는 위험하니까 여러 명."
"장난치지 마~"
"사람이 죽었어. 그리고 난 사람을 죽인 괴물과 같이 있어."
"어 정말? 그러면 부적이라도 써~"
진영은 평소에도 나와 오컬트나 요괴에 대해 자주 이야기했기 때문에 내 얘기를 전혀 듣지 않았어. 이런 젠장. 나는 어떻게 전달해야 정말로 얘가 나의 상황을 믿어줄까 고민하고 또 고민했어.
민은의 이름을 일본어로 읽어도 민운 정도로, 아무리 목소리가 작아도 부엌의 민은이 듣고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비슷하기 때문에 어떻게 언급해야 하는지 정말 골치 아팠어.
"괴물이 사람을 어떻게 죽였는지 자세하게 알려줘야 거짓말이 아니란 걸 믿겠어? 나 정말 장난하는 거 아니야. 게다가 괴물은 총을 가지고 있어. 지금 네가 이해 가지 않는다는 거 알아. 하지만 정말이야."
"뭐? 총? 하운아. 이번에 쓸 소설의 주제는 그렇게 가는 거야?"
"정말 장난 아니라고! 너, 내가 죽어도 똑같이 전화해서 그렇게 말할 거야?"
나도 모르게 나간 화에 진영은 한동안 아무 말도 없더니 마룻바닥을 뛰어가는 소리와 함께 대답했어.
"알겠어. 믿을게. 그런데 아무런 이유도 없이 경찰을 출동시킬 수는 없어..."
아차.
"지금 집에 아버지 계셔?"
"어... 오늘 쉬는 날이어서 계셔. 최근에 한 건을 크게 해결하고 오셨거든."
"기다려. 내가 증거 찍어서 보낼게."
나는 이 말을 끝으로 전화를 일방적으로 끊었어. 증거를 찍겠다고 당당하게 말은 했어도 어떻게 찍어야 할지... 애초에 도마뱀처럼 기어간 민은이 총을 가져갔어도 안방에 숨겨두었을 수도 있다는 경우는 생각하지도 못한 거야.
"하운아~ 아직 멀었어?"
부엌에서는 나를 기다리는 민은의 목소리가 들렸어. 이젠 응. 그냥 모르겠어. 정면으로 돌파해야 하는지, 몰래 하나씩 찾아봐야 하는지. 결국엔 둘 다 목숨을 걸어야 하는데 말이야.
"잠시만~! 문자가 와서!"
나는 거짓말을 하고 머리를 양손으로 쥐어 싸맸어. 이젠 정말 도 아니면 모였거든.
하지만 이 모든 게 뭐 하나만 잊어버린다면 연기로라도 어떻게든 커버칠 수 있을 정도라는 걸 난 뒤늦게 알아차렸어.
류해가 죽었다는 것을 숨기면, 아예 모른 척을 한다면. 처음부터 저 괴물과 나만 이 집에 있었고 도마뱀으로 걸어가고 류해의 두 눈을 파냈다는 걸 내가 모르는 척한다면.
그렇다면 아무것도 모르는 친구로, 죽을 수도 있는 질문을 할 수가 있었어.
흔들리는 내 동공은 옷장 앞에 돌돌 말려있는 류해의 시체로 향했어.
미안, 미안해 류해야. 잊어버리지만 잊어버리지 않도록 할게. 반드시 기억할게. 정말 미안해.
두 손을 모으고 몇 번이고 고개를 숙여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인사를 했어. 순간 눈물이 나올 것 같았지만 입술을 깨물어가며 악착같이 눈물이 흐르는 걸 참았어.
일본어 대화문
“ね、今からとても大事な事を話すから何も質ずに聞け。”
“ここに化け物がある。君のおじさんを呼んでくれ。一人じゃ危ないからできれば数人。”
“冗談すんな~”
“人が死んだ。そして私は人を殺した化け物と一緒にいる。”
“あ、マジで?だったらお守りでも使えば?”
“化け物が人をどう殺したか詳しく話せばウソじゃないって信じるの?私本当に冗談じゃない。それに化け物は銃を持っている。今、君が理解できないって事は知ってる。だけど本当なんだ。”
“あ?銃?なぁハウン。今回小説の所在はあれか?”
“本当、冗談じゃないってば!おまえ、私が死んでも同じく電話でそう言うの?”
“わかった。信じる。でも何の理由もなく警察を出動させるのはできない...”
“今、家におじさんいる?”
“あ...今日休みだから。最近一件解決したそうで。”
“じゃ、待っていろ。証拠撮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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