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민은이 괴물로 변했다는 것보다 류해가 죽었다는 게 더 큰 충격으로 다가왔어. 정말 온 몸의 힘이 전부 풀릴 정도였지.
내가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갈수록 민은은 혀를 다시 지 입으로 넣고 도마뱀이 기어가듯이 바닥에 낮게 엎드려서 네 발로 안방으로 들어갔어. 도중에 혀로 떨어진 총을 줍고서 말이야.
류해는 정말 시체였어. 힘없는 봉제 인형처럼 축 늘어져 있었는데 내가 옮기려고 해도 돌덩이처럼 무거워서 옮길 수가 없었어. 나는 류해를 내 방으로 옮겨놓고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을 찾아보려고 했는데, 류해가 움직이질 않으니 어떻게 할 수가 없었지. 그렇게 어떡하나 고민하는데 하나가 더 고민되기 시작했어. 류해의 눈알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어떻게든 류해를 옮겼다고는 해도 그 눈알은 만지기가 싫었어. 초등학생 때 과학시간에 해부해본 적이 있는 소 눈알 같아서 구역질이 나기까지 했거든.
"..."
안방 문이 쾅 닫히고 안에서는 뭔가 질척거리는 소리가 났어. 집에 아무리 가족이 없다고 해도 안방은 우리 부모님과 동생들이 자는 공간이었기 때문에 나는 더더욱 겁에 질렸지. 질척 거리는 소리라고 해도 종류가 여러개 있잖아? 내가 들은 소리는... 비오는 날에 개구리 물갈귀 안에 공기 차는 소리... 라고 해도 잘 모르겠지? 어쨌든 그런 소리였어.
도마뱀처럼 기어가는 민은의 모습을 잘 보지는 못했지만 물갈퀴까지 생긴거면 어떻게 해야하나 정말 무서웠어.
그렇게 생각하는 동안 나는 방에 이불을 들고와서 류해의 옆에 깐 뒤에 류해가 이불 위에 있을 수 있도록 류해를 뒤집었어. 그리고 이불의 양 끝을 잡고 방으로 들어갔어. 류해의 가방은 가져올 생각도 못하고 그대로 문을 잠갔지.
어떻게든 이불로 류해를 끌고 왔어도 침대 위까지는 올리지를 못했어. 정말 정말 무거웠거든. 체감상 류해 정도의 사람 세 명을 한 번에 끌고가는 느낌이었어.
전에 말했듯 내 방은 언니 침대, 내 침대 이렇게 두개가 작은 방에 같이 들어가 있어서 발을 디딜 수 있는 곳이 좁아. 게다가 문 뒤에 서랍형 옷장이 있어서 문이 전부 열리지도 않아.
나는 정말 패닉, 그 자체였어. 정말 허울없이 지내던 친구 한 명은 괴물로 변했고, 한 명은 죽었잖아.
나는 류해를 이렇게도 저렇게도 못하고 결국 이불로 돌돌 말아서 옷장하고 언니 침대하고의 그 사이에 조심히 밀어넣었어. 사진으로 설명해볼게.

대충 이렇게 생겼어. 옷장하고 언니 침대 사이에 공간이 있지? 난 그곳에 이불로 싼 류해를 집어 넣었어. 그리고 내 침대에 걸터앉아서 생각을 했어. 이런 상황에서도 생각이 제대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도 신기했지.
왜 민은은 나를 죽이지 않았을까? 부터 생각했어.
도마뱀처럼 기어가기 전에 날 죽일 수 있는 시간은 충분히 있었어. 그런데도 민은은 그냥 총만 혀로 쥐고 안방으로 들어가버린거야. 차라리 나도 그 때 죽여버렸더라면 지금 이렇게 떨고 있을 필요도 없었을 텐데!
머리를 쥐어 감싸고 민은을 진정시킬 수 있는 방법을 생각했어. 괴물로 변했더라도 말을 듣고 생각을 제대로 할 수 있다고. 그렇게 믿었어. 그렇게라도 생각하지 않으면 정말 민은을 죽여버리는 수밖에 없잖아. 애초에 나는 민은을 죽일 수 없어. 어떻게 죽여...
이때였어. 언니 침대하고 베란다 사이에 베란다로 이어지는 커다란 창문이 있어. 그 창문은 두겹으로 되어 있는데 방이 추워서 한 겹에는 뽁뽁이를 붙여놨단 말이야. 그리고 나머지 한 겹은 처음부터 불투명한 유리로 되어있었고. 그런데 거기에 불투명한 인간의 형체가 보였어.
'똑똑'
하고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도 들려왔어. 우리 집은 4층이라서 누가 올라올 수도 없지. 나는 직감적으로 민은이라고 느꼈어.
"하운아~ 하운아~"
하운이라는 이름은 가명이야. 내 이름을 직접적으로 언급할 수가 없으니까.
정확히 똑똑, 똑똑, 똑똑 창문을 두드리는 민은은 내 이름을 부르고 있었어. 나는 대답할 수 없었어.
"하운아."
똑똑 소리가 멈추고 주먹으로 창문을 내려치는 소리가 들렸어. 내가 아는 민은이 맞는지, 울음이 나올 것 같았지만 내가 여기서 약해지면 정말 죽게될 수밖에 없다고 느꼈기에 나는 온 몸에 피가 쭉 빠져나가는 묘한 기분을 참아내면서 대답했어.
"왜,"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아서 다시 한 번 제대로 대답했어.
"왜?"
그러니까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뚝 멈췄어.
"배는 고프지 않아? 응?"
창문 밖의 저게 괴물인지, 도깨비인지, 민은인지 점점 생각하기가 힘들어졌어. 우리는 2시에 만나서 4시쯤에 같이 밥을 먹기로 했어. 다같이 요리하면서.
배고프지 않냐 묻는 창밖에 저것의 물음에 나는 방 안의 시계를 쳐다봤어. 방 안의 시계가 5분 빠르다는 걸 계산하고 본시간은 3시 25분 정도였어.
나는 '너, 미쳤어.'하고 창밖을 향해 말하고 언니 침대를 밟고 창문의 잠금장치를 굳게 잠갔어. 눈앞에서 친구가 괴물이 되고, 심지어 죽고, 죽은 시체가 나랑 같은 공간에 있는데 배가 어떻게 고프겠어?
그런데 창밖에 저건 내 말을 씹은 것처럼 완전히 듣지도 않고서 대답했어.
"시간이 조금 이르기는 하지만 배고프지는 않아?"
앞에 뭔 말을 붙이든 뒷말, 그러니까 말을 하는 본론은 똑같았어.
"아니. 배 안고프다고. 정말이야."
나는 다시 한 번 대답했어.
"우리 아직 뭘 먹을지도 정하지 않았지? 음~..."
내가 미친 건지, 창밖의 저게 미친 건지. 모르겠어. 저건 어떻게든 나에게서 배가 고프다는 대답을 듣고 싶은 모양이야.
"그렇지, 하운아. 분식... 떡볶이 먹자. 내가 만들게. 어때?"
"싫어. 싫다고. 난 배 안 고파. 정말이야."
나는 저것의 말을 무시하면서 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머리를 굴렸어. 112에 신고해? 아니면 119? 퇴마사에게 연락을 넣어?
"배가 고프지 않아...? 그럼 내가 그쪽으로 들어갈테니까. 같이 놀자. 우리 놀려고 만난 거잖아. 안 그래?"
놀아? 너랑 내가?
정말 안돼. 네가 여기에 들어오는 건.
내가 고개를 들어서 창문의 흐릿한 형상을 봤을 때는 창문에 금이 가고 있었어. 큰 소리도 들리지 않았는데. 거미줄같은 금에서 점점 크고 정확한 파열 형태로. 쩌적 소리가 아니라 쨍 소리가 나면서 갈라지고 있었어.
나는 창문을 두손으로 막았어. 정말 무서웠어. 저 검은게 방안으로 들어오면 내가 죽어. 아니, 죽는 건 상관이 없다고해도 죽기 전에 공포를 보는 건 무서웠어.
"민은아! 민은아! 나 배고픈 것 같아!"
힘껏 소리친 목소리에 창문 반대편에서 느껴지는 압력이 단번에 사라졌어. 하지만 창문에서 손을 뗄 수는 없었어.
"...그래? 그러면 얼른 나와. 내가 들어가서 데리고 오기 전에."
머리가 지끈거리고 울렁거리듯이 아팠어. 함정에 빠진 쥐가 되어버린거야.
저것은 내가 배고프다고 해도 들어올 생각이고, 배가 고프지 않다고 해도 들어올 생각이었어! 완전히 걸려든 거야!
"나, 오라고..? 나? 내가, 나 나오라고?"
검은 형체의 동그란 얼굴 부분이 갸웃하고 흔들... 살랑... 거리는 게 보였어.
"류해는 자고 있으니까, 밥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은 하운이하고 나밖에 없잖아"
류해가 자?
아무렇지 않게 죽은 사람을 자는 사람으로 치부하는 걸 직접 들고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올라왔어.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너희 둘은 나보다 먼저 친구였잖아.
울음이 터질 것 같았지만 참았어. 죽은 류해를 위해서라도.
"옷..."
"응?"
"옷만 갈아, ... 입고 나갈게."
목소리가 떨렸지만 말을 끊지 않고 이어나갔어. 그것은 알겠다며 부엌으로 향하는 문을 열고 나갔어. 창 밖에 저것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자마자 이상하게 냉정해졌어. 나는 옷장에서 정말로 옷을 꺼내면서 냉정해진 머리로 상황을 파악했어.
류해는 죽었고, 지금은 저 괴물과 나만이 이 집에 있다는 것. 저 괴물은 총을 가지고 있고, 창문을 아무렇지 않게 깰 수 있을 정도로의 강한 힘에 긴 혀. 으...
그에 반면 나는 가지고 있는 것도, 힘도 없었어.
그래서 나는 생각했지. 저게 괴물인지 요괴인지, 도깨비인지.. 모르지만 붉은 옷을 입어보자고. 부엌으로 가는 거니까 붉은 옷 다음으로는 소금을 뿌려보자고. 계획 아닌 계획을 하고 내 옷이 아닌, 언니의 붉은 색 후드티를 빌려 입었어. 밑으로는 교복 바지를 입고 있었으니까 갈아입을 필요 없이 그냥 나갔어. 머리를 하나로 꽉 묶고.
"왔어?"
순간 숨이 턱 막히고 흡. 소리가 저절로 나왔어. 문 바로 앞이자 한 걸음도 걷지 못할 정도의 거리에 학교에서 보던 모습 그대로의 민은이 서있었어. 어디서 찾았는지, 앞치마까지 메고.
그리고 나는 보고 말았어. 앞치마로 가려져 있던, 민은의 교복 셔츠에 묻어있는 류해의 피를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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