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 일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기 전에, 이 꿈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들에게 옮겨가지 않도록 무운을 빌어야겠어.
꿈속에서의 나는 17살이었고, 친구로는 이상하리만큼 '다정하고 착하다' 그 자체인 A(이하 민은)와 조금 싫은 티 내면서도 부탁은 다 들어주고 매사에 잘해주는 B(이하 류해)가 있었어. (한 명 더 있었던 것 같지만 기억이 잘 나질 않아.)
남녀공학 고등학교였으니까 이성의 친구가 있는 것은 당연했지만 우리는 그중에서도 특별히 친한 친구였어. 어느 정도로 친했냐면, 서로의 아침밥을 뺏어먹어도 잠깐 싸우고 끝나는 정도?
어쨌든 꿈 속에서의 나는 이 둘을 데리고 내 집에서 놀기로 했나 봐. 그래서 둘이 오기로 한 시간보다 먼저 집에 들어와서 막 방을 치우고 그랬지. 사실 치우지 않았어도 두 사람은 아무 말도 안 했을 텐데 말이야. 아마도 둘 중에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던 듯 해.
정확하게 기억나는 2시가 되자 민은과 류해가 초인종을 눌렀어. 아무리 친했어도 내가 우리 집 비밀번호까지는 알려주지 않은 듯했어. 나는 웃는 얼굴로 두 사람을 맞아주었고 바로 거실에서 게임을 했어.

우리 집이 대충 이렇게 생겼는데, 까먹고 못 그린 건 추가 설명 해줄게. 나는 둘을 내 방(작은방1)로 들이고 싶어도 들이지를 못했어. 언니랑 같은 방을 써서 작은 방 하나에 침대 두 개가 들어가 있어서 아무래도 고등학생인 세 사람이 전부 들어가기에는 조금 좁았거든. 그래서 식탁 옆에 있는 거실 바닥에 앉아서 평소처럼 그냥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어.
노는 거라고 말은 해도 실제로는 이야기만 하다가 돌아가거나 그랬거든.
그래서 이 날도 평범하게 얘기를 했지. 우리의 이야기의 주제는 보통 학교에서 일어난 재미있는 일이나 화나는 일들이었는데, 이 날은 조금 특이한 주제로 대화를 했던 것 같아. 학교나 집에서 일어났던 일이 아니라 괴담이나 도시 전설 같은, 그런 이야기를 했어.
나는 꿈 밖에서도 오컬트나 괴담 같은거에 관심이 많아서 둘보다 아는 게 조금 더 있을 것 같아서 신나라 얘기했지. '어느 지역에서는 어느 도깨비가 나온단다~'가 아니라 '무슨무슨 도깨비가 있는데 생김새가 너(민은)하고 닮았더라~'같은 이야기였어.
이 때 이상하다는 걸 눈치챘어야 했는데.
지금까지 모범생처럼 조용히 웃고 있기만 하던 민은의 표정이 진짜 한 순간에 싸아...하게 변하더니 매고 왔던 가방에서 뭔갈 꺼내는 거야. 표정이 바뀌고 가방에 손을 넣기까지 조금의 텀이 있었기 때문에 나는 류해에게 '내가 뭔갈 잘못한 것 같지. 그치?'하면서 민은에게 미안하다는 사과를 했어. 아무리 들떴다고 해도 사람에게 도깨비 닮았다는 말은 해서는 안됐다면서.
민은이 가방에 손을 넣은 채 가만히 있길래 사과를 받아준건가 싶었지.
하지만 아니었어. 민은은 평소처럼 웃으면서 '괜찮아'하고 말하고서는 가방 속에서 손바닥보다 조금 큰 권총을 꺼냈어. 순간 놀란 류해는 엉거주춤하게 일어나면서 뭐하는 짓이냐며 소리를 질렀지만 민은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가방을 철썩 소리가 날 정도로 집어던지고 진짜 사냥꾼이 총을 쥐는 자세를 취했어.
나는 류해만큼이나 놀랐지만 도깨비를 닮았다는 말에 그렇게 상처를 받을 줄은 몰랐어서 순간,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상황 파악이 가지 않았어.
"그만해."
류해가 말했지만 민은은 총을 쥔 상태로 자리에서 일어났어.
나는 그 총이 중학생 때 부모님이 어린이날 선물로 사주신 bb탄 총이란 걸 알아차리기까지 얼마 걸리지 않았어. 하지만 이걸 알아도 총은 내 방에 있을 것이었고, 민은이 그 총을 갖고 있을 리가 없었지.
"너 뭐하는거야."
류해가 한 번 더 말했지만 민은의 시선은 나의 두 눈과 똑바로 마주치고 있었어.
"아까 말했던 도깨비. 조금 더 자세하게 들려줘"
말을 어색하게 하는 민은의 모습에 류해와 나는 얘가 미쳤구나 싶었어. 도깨비 얘기 한번 했다고, 도깨비하고 닮았다는 얘기 한 번 했다고 해서 성격이 180도 바뀌어버리는 일은 듣도보도 못했으니까.
그래서 나는 일단 알겠다고 대답을 했어. 그리고 진정시키려고 했지.
"어디서부터 이야기 해줄까? 아니, 처음부터 이야기 해 줄 수도 있으니까 우선 총부터 내려놔."
우리 집은 사진으로 보시다시피 좀 넓은 편이야. 가족 수가 많거든. 그런데 꿈속에서는 나밖에 보이지 않았어. 오히려 다행인 일이었지.
"날 닮았다고 한 이야기."
민은은 내 말에서 앞말에만 대답을 하고 뒷말은 듣지 않았어. 무서워서 다리가 후들거리고 마른 침이 넘어간다는 걸 이 날 이 꿈속에서 처음으로 알았지.
아, 기억났다. 이때 우리가 얘기하던 도깨비는 구미호 같은 요괴였는데, 인간을 100명 정도 죽여야지 다시 인간 세계로 돌아갈 수 있는 자격이 쥐어진다고, 책에 그렇게 적혀있었어서 나는 그대로 이야기를 전했어. 민은과 닮았다고 한 거는 겉모습뿐이지, 진짜 총으로 사람을 죽이라고 말 한 건 아니었어.
"인간을 100명 죽이면 원래 세계로 돌아갈 수 있다고?"
"어, 응. 그런데 근거 없는 책이었으니까 믿지는 마. 응? 민은아."
민은의 키는 170대 초반이었고 류해의 키는 170대 후반이었어. 그런데 내가 민은의 이름을 부르자마자 류해가 민은을 뒤에서 덮친 거야! 총이 발사되지 않도록 옆에 있는 걸쇠를 걸어놓고, 혹시라도 다른 위험한 물건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으니까 손목을 뒤로 해서 붙잡았어.
류해는 자신이 그러고 있을 동안 나보고 가방을 뒤져보라고, 혹시라도 위험한 게 마구잡이로 넣어져 있을 수도 있으니까 조심하라는 말까지 덧붙여서 했지. 나는 류해의 말을 들으면서 민은의 가방을 이리저리 손을 넣어서 헤집어보았어. 그런데 가방 안에는 웬 물컹거리고 축축한 게 한개, 아니. 여덟 아홉개가 물인지 물 풀인지 모를 끈적한 액체로 뒤엉켜 있는 게 느껴졌어.
"이게 뭐야!"
나도 모르게 그 중 한개를 잡은 손에 힘을 쥐고 있는 힘껏 가방에서 손을 뺐는데, 눈앞에 보인 건 장어처럼 팔딱거리는 아직 살아있는 사람의 혀였어. 혀.
나는 본능적으로 역겨움을 느끼고 자리에서 일어나, 손에 있는 게 떨어질 수 있도록 허공에서 팔을 마구잡이로 흔들었어.
어찌저찌 해서 손에 달라 붙은 혀는 떼어냈지만 그 감촉이 생생히 남아있어서 도무지 떨쳐낸 깔끔한 기분이 나지 않았어.
"류해야, 이거 뭐야! 이게 가방에."
가방의 지퍼를 닫고 류해를 쳐다봤어. 아, 이 때 이걸 보지 말았어야 해. 난 꿈에서 깬지 벌써 몇 달이 지났는데도 이 때의 장면이 잊혀지지를 않아.
엎드려서 두 팔이 속박된 민은이, 목을 정말 180도로, 아니 조금 더. 190도 정도로 꺾고서 류해의 두 눈을 찌르고 있었어. 다리도, 팔도 못 움직이는 민은이 어떻게 류해의 눈을 찔렀냐면, 그건 바로 기괴하고도 징그러운 민은의 뱀같은 혀가 고무줄처럼 끝도없이 길어져서 두 갈래로 나눠진 혀끝으로 정확히 류해의 눈을 찌르고 있던 거야.
세상에. 지금이 꿈이라는 걸 인지하지 못했을 때는 스스로 목숨을 끊고 싶을 정도로 눈 앞이 캄캄해졌어. 류해의 입은 무언갈 말하려는 듯이 '으' 모양으로 열려서 그곳으로 피를 쏟아내고 있었어.
너무 징그럽고 무서워서 당장이라도 집 밖으로 도망치고 싶었어!
X발. 순간적으로 욕이 튀어나왔어.
민은의 혀는 조금 더 깊이 눈을 찌르면서 갈라지고, 류해의 눈은 벌려진 입을 통해서 바람 빠진 풍선 모양으로 바닥에 턱 하고 떨어졌어. 두 눈깔이 다.
사람이 정말로 괴로워지면 모든 걸 다 포기하고 싶어진다는 말이 이해가 갔어.
난 비명을 지르고 울기까지 하면서 괴물로 변해버린 민은보다 두 눈이 다 빠져버린 류해의 차갑게 굳은 시체를 향해서 걸어갔어. 살인을 저지른 것도 아닌데 류해에게 미안해 하면서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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